몽골에서

양 잡는 것을 보면

사람 둘, 짐승 하나가 사랑을 나누는 것 같다

 

한 사람은 뒤에서 양을 꼭 껴안고

한 사람은 앞발을 잡고

명치를 찔러

애인의 가슴을 움켜쥐듯 심장동맥을 움켜쥐고

가장 고통 없이 즉사시킨다

 

내가 너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네가 나를 살리는 것이다

 

속삭이는 주인의 품에 폭 안겨

양은 한 마디 비명도 없이

커다란 눈만 껌벅이고 있다

 

하늘의 솜다리 꽃이

하강한 양

 

초원의 말발굽에 밟혀 진동하는 꽃향기처럼

제 몸 냄새를 들판에 퍼뜨리지만

에튀겐*에게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조용히 별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환생을 지켜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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