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

김행숙, 밤에

2014. 11. 19. 10:22











 밤에 날카로운 것이 없다면 빛은 어디서 생길까. 

날카로운 것이 있어서 밤에 몸이 어두워지면 몇 개의 못이 반짝거린다. 

나무 의자처럼 나는 못이 필요했다. 나는 밤에 내리는 눈처럼 앉아서, 앉아서 기다렸다.

나는 나를, 나는 나를, 나는 나를, 또 덮었다. 어둠이 깊어…… 진다.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가진 것이 밤이다.


 밤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밤의 우물, 밤의 끈적이는 캐러멜, 밤의 진실. 밤에 나는 네가 떠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낮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낮의 스피커, 낮의 트럭, 낮의 불가능성, 낮의 진실. 낮에 나는 네가 떠났다고 결론 내렸다.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옷은 호주머니가 없고, 계절이 없고, 낮과 밤이 없겠지…… 그렇게 많은 것이 없다면 밤과 비슷할 것이다.

 밤에 우리는 서로 닮는다. 밤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은 내가 보이지 않는 것같이, 밤하늘은 밤바다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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