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게 내리는

 물기 많은 눈을 바라보면서

 눈송이들의 거사를 바라보면서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도

 언젠가는

 눈 쌓인 겨울나무였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추억은 그렇게

 아주 다른 곳에서

 아주 다른 형식으로 영혼이 되는 것이라는

 괜한 생각을 했다

 

 당신이

 북회귀선 아래 어디쯤

 열대의 나라에서

 오래전에 보냈을 소포가

 이제야 도착을 했고

 

 모든 걸 가장 먼저 알아채는 건 눈물이라고

 난 소포를 뜯기도 전에

 눈물을 흘렸다

 소포엔 재난처럼 가버린 추억이

 적혀 있었다

 

 하얀 망각이 당신을 덮칠 때도 난 시퍼런 독약이 담긴 작은 병을 들고

기다리고 서 있을 거야. 날 잊지 못하도록, 내가 잊지 못했던 것처럼

 

 떨리며 떨리며

 하얀 눈송이들이

 추억처럼 죽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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