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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시 81

이승희, 110-33

외로운 것들이 갈수록 착해지는 게 싫어서비명이 말랑해지도록 내버려두는 건 죽기보다 싫어서버려진 것들은낡아가지 않고 죽어버리라고종일 휘파람을 불었다 먹다버린 빵처럼 떼어먹히고세상 밖으로 자꾸 몸이 기울 때내가 살던 응암동 110-33호는이승이었던가비가 오면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바람이 불면맨드라미 붉은 목을 찾아아무리 마음을 세워봐도이건 나보고 죽으라는 건지 살라는 건지다시 오더라도 이렇게 오는 것은아니었다고 나는 죽더라도 온 힘을 다해 죽을 거라고 다짐했다. 이승희,110-33

일상다반사/시 2014.11.17

이채민, 기억의 방식

첫 번째 그는 귀가 들리지 않았다두 번째 그는 시력이 아주 나빴다세 번째 그는 말을 하지 못했다네 번째 그는 길을 외우지 못했다그리고 마지막 그는검은 안경을 쓰고 귀가 잘 들리지 않아하루 종일 입을 닫고목 떨어진 칸나에 긴 목을 내어주고 지냈다아는 길이 없었으므로종점에 있는 나를오랫동안 노숙자로 만들었다아무도 읽지 않는 전생을 펼쳐놓고절벽을 기어오르는 일과절벽을 뛰어내리는 미친 짓만을 반복했다그 후의 기억들은몹쓸병을 앓고 있었으므로쓸쓸한 빗물이 창가에 고이지 않는 날에도고독은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왔다 다정하지 않은 이가 참혹하게 웃고 있는 밤고양이 눈알이 내 너덜한 살점을 노리는 밤몹쓸 병이 다시 도지더라도 오늘밤내 울음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상다반사/시 2014.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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