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깊은 슬픔
네가 놀이터에 그가 없는 걸 보고서 바로 돌아오기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너는 오래도 그를 기다리더군. 오래도록 그를 기다리고 서 있는 널 보며 느꼈지. 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무너지게 할 거라는 걸. 난 그렇게 되어 버렸지. 너에 의해 죽고 싶고 너에 의해 살고 싶게 되어버렸지.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뭔가를 기다리지받아들이기 위해서 죽음까지도 기다리지. 떠날 땐 돌아오기를,오늘은 내일을, 나는 너를. 넘어져서는 일어서기를, 그래, 사진을 태운다고 잊어지는 건 아니지, 만날 수 없다고 헤어진 건 아니지. 이렇게 다 마음속에 쌓여 있으니, 때로 들여다보지 말아야 할 시절이 있다 해도 그깟 사진을 태운다고 잊어지는 건 아니지 이 불면의 나날 속으로 다시 헤엄쳐와 내 눈 감겨주길.지금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