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시

김혜순, 열쇠

윤성님 2015. 4. 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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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광 속에 멀어지는 당신 뒷모습 열쇠구멍이네

그 구멍 속이 세상 밖이네


어두운 산 능선은 열쇠의 굴곡처럼 구불거리고

나는 긴 능선을 들어 당신을 열고 싶네


저 먼 곳 안타깝고 환한 광야가

열쇠구멍 뒤에 매달려 있어서 

나는 그 광야에 한 아름 백합을 꽂았는데


찰칵


우리 몸은 모두 빛의 복도를 여는 문이라고

죽은 사람들이 읽는 책에 씌어 있다는데


당신은 왜 나를 열어놓고 혼자 가는가


당신이 깜빡 사라지기 전 켜 놓은 열쇠구멍 하나

그믐에 구멍을 내어 밤보다 더한 어둠 켜놓은 캄캄한 나체하나


백합 향 가득한 그 구멍 속에서 멀어지네





김혜순,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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