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시

이규리,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윤성님 2015. 4. 2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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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꽃피는 날은 여러 날인데 어느 날의 꽃이 가장 꽃다운지

헤아리다가

어영부영 놓치고 말았어요


산수유 피면 산수유 놓치고

나비꽃 피면 나비꽃 놓치고


꼭 그날을 마련하려다 풍선을 놓치고 햇볕을 놓치고

아,

전화를 하기도 전에 덜컥 당신이 세상을 뜨셨지요


모든 꽃이 다 피어나서 나를 때렸어요


죄송해요

꼭 그날이란게 어디 있겠어요

그냥 전화를 하면 그날인 것을요

꽃은 순간 절정도 순간 우리 목숨 그런 것인데


차일피일, 내 생이 이 모양으로 흘러온 것 아니겠어요


그날이란 사실 있지도 않은 날이라는 듯

부음은 당신이 먼저 하신 전화인지도 모르겟어요

그렇게 당신이 이미 꽃이라 

당신 떠나시던 날이 꽃피는 날이란 걸 나만 몰랐어요







이규리,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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