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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놀이터에 그가 없는 걸 보고서
바로 돌아오기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너는 오래도 그를 기다리더군.
오래도록 그를 기다리고 서 있는 널 보며 느꼈지.
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무너지게 할 거라는 걸.
난 그렇게 되어 버렸지.
너에 의해 죽고 싶고 너에 의해 살고 싶게 되어버렸지.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뭔가를 기다리지
받아들이기 위해서 죽음까지도 기다리지.
떠날 땐 돌아오기를,
오늘은 내일을,
나는 너를.
넘어져서는 일어서기를,
그래, 사진을 태운다고 잊어지는 건 아니지,
만날 수 없다고 헤어진 건 아니지.
이렇게 다 마음속에 쌓여 있으니,
때로 들여다보지 말아야 할 시절이 있다 해도
그깟 사진을 태운다고 잊어지는 건 아니지
이 불면의 나날 속으로 다시 헤엄쳐와 내 눈 감겨주길.
지금 자고 있는 당신, 나 이렇게 살고 있다.
힘겨운 날, 세상에 당신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사랑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이들에게 바친다
나를 기억해다오. 네 앞에 있는 모든 게 나일 거야.
네가 보는 산과 바다,
아스팔트나 전봇대 같은 것도 나일 거야.
신경숙 - 깊은 슬픔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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