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시

신경숙, 깊은 슬픔

윤성님 2024. 6. 26.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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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놀이터에 그가 없는 걸 보고서

바로 돌아오기만 했어도 좋았을 텐데...

너는 오래도 그를 기다리더군.

오래도록 그를 기다리고 서 있는 널 보며 느꼈지.

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무너지게 할 거라는 걸.

 

 

난 그렇게 되어 버렸지.

너에 의해 죽고 싶고 너에 의해 살고 싶게 되어버렸지.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뭔가를 기다리지

받아들이기 위해서 죽음까지도 기다리지.

떠날 땐 돌아오기를,

오늘은 내일을,

나는 너를.

 

넘어져서는 일어서기를,

 

 

그래, 사진을 태운다고 잊어지는 건 아니지, 

만날 수 없다고 헤어진 건 아니지.

이렇게 다 마음속에 쌓여 있으니,

때로 들여다보지 말아야 할 시절이 있다 해도

 

그깟 사진을 태운다고 잊어지는 건 아니지

 

 

이 불면의 나날 속으로 다시 헤엄쳐와 내 눈 감겨주길.

지금 자고 있는 당신, 나 이렇게 살고 있다.

힘겨운 날, 세상에 당신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사랑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이들에게 바친다


 

나를 기억해다오. 네 앞에 있는 모든 게 나일 거야.

네가 보는 산과 바다,

 

아스팔트나 전봇대 같은 것도 나일 거야.

 

 

 

 

 

 

 

 

 

 

신경숙 - 깊은 슬픔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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