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시

김혜순 - 새가 되려는 여자

윤성님 2014. 11. 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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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울어본 적 있나요

너무 울어서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저 바다 밑 깊은 곳에서 

윙윙 목소리가 올라오는 것처럼 

아무도 내가 부르는 소리 

못 알아듣던, 그런 적 있었나요

 

꿈속에서 도망친 적 있나요 

올라가도 올라가도 어딘가 

도착하지는 않은 적 있었나요 

꿈속에선 늘 갔던 곳인데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처럼 그렇게 

힘든 적 있었나요 그런 적 있었나요

 

그러다가 그러다가 

그만 당신에게 덥석 

잡아먹힌 적 있었나요 

이상하지요 

당신이 날 잡아먹었는데 

내가 당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내 속에 날아든 것 같았어요 

당신의 얼굴이 새처럼 작아지고 

그 새가 내 몸속을 날아다녔지요

 

내 심장 기슭에 올라앉아 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핏줄을 움켜쥐더니 정맥의 강가에 열꽃을 피웠지요

 

이상하지요 

그 작은 새가 내 몸속을 

덩굴 식물처럼 감아버릴 수 있다니 

숨이 차요 당신이 내 몸에서 

산소를 다 마셔버렸나 봐요 

너무너무 숨이 차면 부웅 날아오를 수 있다는 거 

아셨나요

 

그런데 참 꿈속에서 새가 된 적 있었나요 

눈알이 쏟아질 듯 불거지고 쪼그려 앉은 무릎이 펴지지 않던 적 있었나요 

무엇보다 날개가 돋으려는지 

휘젓는 팔이 한없이 펄럭거린 적 있었나요

 

아무래도 내가 새가 되려는가 봐요










김혜순 - 새가 되려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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