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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울어본 적 있나요
너무 울어서 잠에서 깨어났는데도
저 바다 밑 깊은 곳에서
윙윙 목소리가 올라오는 것처럼
아무도 내가 부르는 소리
못 알아듣던, 그런 적 있었나요
꿈속에서 도망친 적 있나요
올라가도 올라가도 어딘가
도착하지는 않은 적 있었나요
꿈속에선 늘 갔던 곳인데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처럼 그렇게
힘든 적 있었나요 그런 적 있었나요
그러다가 그러다가
그만 당신에게 덥석
잡아먹힌 적 있었나요
이상하지요
당신이 날 잡아먹었는데
내가 당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내 속에 날아든 것 같았어요
당신의 얼굴이 새처럼 작아지고
그 새가 내 몸속을 날아다녔지요
내 심장 기슭에 올라앉아 그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핏줄을 움켜쥐더니 정맥의 강가에 열꽃을 피웠지요
이상하지요
그 작은 새가 내 몸속을
덩굴 식물처럼 감아버릴 수 있다니
숨이 차요 당신이 내 몸에서
산소를 다 마셔버렸나 봐요
너무너무 숨이 차면 부웅 날아오를 수 있다는 거
아셨나요
그런데 참 꿈속에서 새가 된 적 있었나요
눈알이 쏟아질 듯 불거지고 쪼그려 앉은 무릎이 펴지지 않던 적 있었나요
무엇보다 날개가 돋으려는지
휘젓는 팔이 한없이 펄럭거린 적 있었나요
아무래도 내가 새가 되려는가 봐요
김혜순 - 새가 되려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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