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시

이현호, 령

윤성님 2014. 11. 7.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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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零)

이현호

 

 

시간들이 네 얼굴을 하고 눈앞을 스치는

뜬눈의 밤

매우 아름다운 한자를 보았다

영원이란 말을 헤아리려 옥편을 뒤적대다가

 

조용히 오는 비 령(零)

 

마침 너는 내 맘에 조용히 내리고 있었으므로

령, 령, 나의 零

나는 네 이름을 안았다 앓았다

 

 






비에 씻긴 사물들 본색 환하고

넌 먹구름 없이 나를 적셔

한 꺼풀 녹아내리는 영혼의 더께

마음속 측우기의 눈금은 불구의 꿈을 가리키고

零, 무엇도 약정하지 않는 구름으로

형식이면서 내용인 령, 나의 령, 내

 

 

영하(零下)

 




 

때마침 너는 내 맘속에 오고 있었기에

그리움은 그리움이 고독은 고독이 사랑은 사랑이 못내 목말라

한생이 부족하다

환상은 환상에, 진실은 진실에 조갈증이 들었다


령, 조용히 오는 비

 

밤새 글을 쓴다

삶과의 연애는 영영 미끈거려도






- 이현호, 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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