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첫 번째 그는 귀가 들리지 않았다
두 번째 그는 시력이 아주 나빴다
세 번째 그는 말을 하지 못했다
네 번째 그는 길을 외우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 그는
검은 안경을 쓰고 귀가 잘 들리지 않아
하루 종일 입을 닫고
목 떨어진 칸나에 긴 목을 내어주고 지냈다
아는 길이 없었으므로
종점에 있는 나를
오랫동안 노숙자로 만들었다
아무도 읽지 않는 전생을 펼쳐놓고
절벽을 기어오르는 일과
절벽을 뛰어내리는 미친 짓만을 반복했다
그 후의 기억들은
몹쓸병을 앓고 있었으므로
쓸쓸한 빗물이 창가에 고이지 않는 날에도
고독은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왔다
다정하지 않은 이가 참혹하게 웃고 있는 밤
고양이 눈알이 내 너덜한 살점을 노리는 밤
몹쓸 병이 다시 도지더라도 오늘밤
내 울음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728x90
반응형
'일상다반사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승희, 110-33 (0) | 2014.11.17 |
---|---|
유희경, 오늘은 (0) | 2014.11.17 |
성동혁, 창백한 화전민 (0) | 2014.11.17 |
성동혁, 창백한 화전민 (0) | 2014.11.17 |
이현호, 붙박이창 (0) | 2014.11.10 |
김혜순 - 새가 되려는 여자 (0) | 2014.11.10 |
김경미, 연희 (0) | 2014.11.09 |
함성호, 지옥의 눈물 (0) | 2014.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