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시

남진우, 선인장

윤성님 2014. 11. 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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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인은 선인장처럼 시들어간다

  물을 주지 않은 살갗에서 버석거리며 모래알이 떨어지는 동안

  허공의 낙타떼는 지붕 위에 머물다가

  방울을 울리며 떠나곤 한다

 



  철 지난 옷 속에 가시를 숨기고 여인은

  주방과 화장실만 오간다

  개수대에 쌓인 그릇이 늘어날수로

  현관 앞엔 우편물과 신문이 버려진 채 바래어가고

  마룻바닥 위 모래 먼지에 낙타 발자국이 찍혔다가 지워진다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옆에 두고

  여인은 비좁은 소파 위에서 웅크리고 잠을 잔다

  불타는 천막 속에서 한 남자가 길길이 날뛰다

  타 죽어가는 꿈을 꾸며 여인은

  만족스런 웃음을 짓는다.

 



  저 멀리 지평선 너머 신기루처럼 아물거리며

  한 떼의 낙타가 다가오고 있다

  모래 바람이 지붕을 밟고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만삭의 달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선인장 가시를 입에 물고

  여인은 반 지하 방 창문을 노려본다

  창밖 수평으로 펼쳐진 마당에 어느덧 봄빛이 번져가고 있다

  두 손으로 부풀어 오른 배를 쓰다듬으며

  여인은 낮게 웅어러린다

 



  그 새낀 죽었어, 하지만

  나는 너를 꽃피우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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