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광 속에 멀어지는 당신 뒷모습 열쇠구멍이네그 구멍 속이 세상 밖이네 어두운 산 능선은 열쇠의 굴곡처럼 구불거리고나는 긴 능선을 들어 당신을 열고 싶네 저 먼 곳 안타깝고 환한 광야가열쇠구멍 뒤에 매달려 있어서 나는 그 광야에 한 아름 백합을 꽂았는데 찰칵 우리 몸은 모두 빛의 복도를 여는 문이라고죽은 사람들이 읽는 책에 씌어 있다는데 당신은 왜 나를 열어놓고 혼자 가는가 당신이 깜빡 사라지기 전 켜 놓은 열쇠구멍 하나그믐에 구멍을 내어 밤보다 더한 어둠 켜놓은 캄캄한 나체하나 백합 향 가득한 그 구멍 속에서 멀어지네 김혜순, 열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