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당신과 재회했다. 이별은 헤어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오래 살게 되는 병에 걸리게 한다.
내 기억은 당신에게 헤프다.
어쩌면 이리도 다정한 독신을 견딜 수 있었을까.
세상에는 틀린 말이 한 마디도 없다.
당신의 기억이 퇴적된 검은 지층이 내 안에 암처럼 도사리고 있다.
어떤 망각에 이르러서는 침묵이 극진하다. 당신은 늘 녹슨 동전을 빨고 우는 것 같았다.
손이 잘린 수화(受話)를 안다. 우리는 악수를 손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추상의 무덤에서 파낸 당신의 심장을
냇가에 가져가 씻는다.
누가 버린 목어(木魚)를 주웠다. 살덩어리가 단단해서 더 비렸다.
속마음을 다 드러내면 저토록 비리게 굳어버린다면, 당신의 이야기. 이따금씩 부화하는 짐승의 말.
지금 쉬운 것은 훗날에는 아쉬운 것이다.
버린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강기슭에서는 사람이 태어날 때 끊었던 탯줄을 간직해두었다가 죽을 때 함께 묻는 풍습이 있다.
서로 떨어지지 못한 채 남이 되어버린 슬픔. 지금은 내가 먹을 수 없는 타액을 떠올리며 나는 마르게 웃었다.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받고 싶었던 거라고 자백했다. 살을 짚어 만나는 핏줄처럼 희미하게 그리워하는.
심장은 몸이 아니라 몸의 울림이다.
내가 아프면 당신도 아프하고 있을 거라고 믿겠다.
그 아픔에 순교하는 심장이 사랑이다.
728x90
반응형
'일상다반사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권혁웅, 너는 병든 몸이 아니잖아 (0) | 2014.11.19 |
---|---|
김혜순,당신의 눈물 (0) | 2014.11.19 |
이홍섭, 서귀포 (0) | 2014.11.19 |
권혁웅, 너 죽은 후에도 노을은 (0) | 2014.11.19 |
최라라, 곡선의 어떤 형태 (0) | 2014.11.19 |
고정희,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0) | 2014.11.19 |
김이듬, 정말 사과의 말 (0) | 2014.11.19 |
이영광, 높새바람같이는 (0) | 2014.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