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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좀 먼 얘기지만 이건 향유고래 이야기야 크리스마스 이브였어 고래는 해안선처럼 누워
있었지 그 적나라한 곡선을 보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어 생각해 본 적 있니 어느 날의 죽
음에 대해 고래는 제 죽음이 그리 둥글 줄 생각이나 했을까
2.
그 저녁에 떨어진 사과는 처음부터 둥글었으나 사과만 모르는 사실이었다
한 번도 벗어나 본 적 없었으므로 꿈꾸지 못하는 세계가
사과에게는 있었다
언제나 있어서 한 번도 없었던 생각
이명이었다 둥근 씨앗은
메아리가 되는 곡선의 한 형식이 사과를 거쳐 사과에게 간다
3.
둥글게 돌아가는 계단의 중간이었다
그곳에서 당신은 헤어지자 했다
계단이 끝날 때까지 걷다 보면
뒤돌아봐도 뒤는 안 보일 거라고
이별인 줄도 모르게 이별하는 거라고
4.
곡선은 대체로 위험하다
당신에게 가는 내 마음처럼
당신에게 갔다 돌아오는 내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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