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

김경미, 연희

2014. 11. 9. 13:23










나도 연희야 외로움을 아주 많이 타는데 나는

주로 사람들이랑 잘 웃고 놀다가 운단다 속으로 펑펑

그렇지?(나는 동생이 없으니 뼛속에서 묻는단다)

 

열한살때 나는 부모도 형제도 많았는데

어찌나 캄캄했는지 저녁들판으로 집 나가 혼자 핀

천애고아 달개비꽃이나 되게 해주세요

사람들 같은거 다 제자리에 못 박힌 나무나 되게 해주세요

날마다 두손모아 빌었더니

달개비도 고아도 아닌 아줌마가 되었단다

 

사람들이랑 잘 못 놀때 외로워 운다는 열한살짜리 가장

열한살짜리 엄마야 민호 누나야 조숙히 불행해 날마다

강물에 나가 인간을 일러바치던 열한살의 내가 오늘은

내게도 신발을 주세요 나가서 연희랑 놀 흙 묻은 신발을 주세요

안 그러면 울어요 외로움을 내가요 아주 많이 타서요 연희랑 잘 못 놀면 울어요

달개비도 천애고아도 아닌 아줌마가

열한살 너의 봄 때문에 사람들이랑 잘 못 놀아준 봄들을

돌려세우는 저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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