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나무 아래서 그대와 함께하는 국경의 저녁

  나무가 밥을 먹는 식탁에 앉아

  나뭇가지마다 환하게 불을 켜고

  우거진 가지에 하나 둘, 별이 뜨고 있는 밤을 보네

  내가 계절의 별자리를 찾고 있을 때

  그대는 벌써 허리를 편 보리수의

  융단 같은 가지 꼭대기에서

  별빛 같은 손을 흔들고 있네

  혹, 그대는 나를 더 멀리 보고 있는 게 아닌지 몰라

  그대가 멀어-보리수나무가 남긴 국수 그릇에 얼굴을 넣고

  참혹한 죽음을 보네

  도대체, 이 물과 새들의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국경에 이르면 누구나 가야 할 곳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제 그곳으로 가야 한다

  너에게로-

  아름다운 육신이여 왜 우니?

  -행복해서

  그만 울어, 너의 눈물은 독이야

  내가 마신 너의 눈물에 어린 풍경은 지옥이고

  마르지 않는 지옥의 샘이고, 끝없는 수수께끼의 질문 같아

  영원을 믿지 않고 약속했던 날들이

  사라지는 유성처럼 꼬리만 남아 있네

  

  안녕, 언젠가 또 만나겠지

  무성한 보리수나무 아래서

  그렇게 맑을 수 없는 눈동자

  환하게 번져가던 너의 빛과

  우거진 녹음 가운데서 듣는

  눈 녹은 물소리

  지옥의 눈물이

  아름다운 뿌리를 하나씩

  만져주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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