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가 앉으려 하고 있다

 

사람은사람을 서로 아프게 하여

스스로 낫기도 하겠다는데

나는 한사코 혼자 앓겠다는 사람 옆에 있다

 

의자는 의자에 앉으려 애쓰고 있지만

꽃과 이 사람은

무엇을 애써 누르려 한 적도

살겠다고 애쓰는 것도 본 적이 없다

 

어둠이 소금처럼 짠 밤에

병이란 것과

병이 아닌 것을 아는 시간이 뜨겁게 피었다

 

의자를 의자에 앉힐 수 없어

풀과 나무들과

공기들의 땀 냄새를

마시고 녹이는 사이

 

그 바깥은

죽을 것처럼 맞춰진 시간들이

다시 죽을 것처럼 어긋나고 있었다

 

까치야

소용없단다

이 밤에 아무리 울어도

기쁜 일은 네 소관이 아니란다

 

 




 

이병률. 자상한 시간